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이 일어난 현장에서 고양이로 인해 생존자를 찾은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고양이를 따라온 구조대가 해당장소의 잔해를 들어 내자 생존해 있는 두 아이와 엄마를 발견한 것이다. 

고양이는 무심하고 도도하고 사회성이 부족한 반려동물로 여겨져 이런 에피소드들은 어쩌다 우연히였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집 고양이들도 자기를 특별히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집사에게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며 그 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우연히 만난 고양이로 인해 삶이 바뀐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만난 고양이로 삶이 바뀐 사람들

집사의 어깨 위에 올라가 거리의 주목을 끌었던 고양이 ‘밥’의 실화는 책과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주인공의 삶을 바꾸었다.  

영국에서 떠돌이 가수로 지내던 노숙자 제임스는 우연히 길고양이를 만났고 의지할 데 없던 그에게 밥은 삶의 위로가 되어주며 함께 지내게 된다. 노숙생활을 했기에 고양이와 함께 다니며 거리공연을 했다. 밥과 함께 거리를 걸어가던 어느 날 사람들의 소동에 놀란 밥에게 제임스가 어깨를 내어주자 털썩 올라가 앉게 되며 제임스와 밥은 이 거리의 유명인사가 된다. 밥과 제임스는 24시간 함께 지내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실화 같지 않은 영화를 보면서 기특하고 신기하고 부럽고 안쓰럽기도 했다. 특히 ‘내 어깨위 고양이 밥(2016)’ 영화에 주인공 ‘밥’ 고양이가 실제로 출연해 연기를 했다는 사실은 보면서도 믿기가 어려웠다. 아기를 안듯 살포시 들어 안기만 해도 발버둥치는 우리 고양이들이 새삼 서운하기도 했다. 밥의 이야기로 제임스 보웬은 노숙자의 삶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며 새 삶을 살게됐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실제주인공들 (출처:나무위키)

경남 양산시에 있는 고양이 ‘야옹이‘도 집에서든 밖에서든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는 개냥이다. 이 고양이가 특별한 이유는 주인의 목숨을 구한 생명의 은냥이라는 거다. 

어느 날 집에 큰 불이 났는데 하필 이날 주인은 만취한 상태로 정신없이 잠이 들었었다. 이 고양이는 문을 긁으며 큰 소리로 계속 울어서 주인을 깨웠고 다행히 집 밖으로 나와 사고를 면했다. 큰 불길에 위험을 느꼈을 테지만 피하지 않고 불길 속으로 들어가 온 몸이 그을릴 때까지 주인이 자고 있는 문을 긁어서 위험을 알린 일은 수의사도 놀라워했다. 

수년 전 길에서 만난 이 고양이는 대퇴골이 완전히 골절된 상태로 집을 찾아왔고 두 부부는 정성껏 치료를 해주며 돌봐왔다고 한다. 그 고마움이 무척 컸던 모양이다. 

사람의 감성을 지닌 고양이들

2011년 9월, 이탈리아에 있는 2살된 고양이 ‘톨도로’는 그를 키우던 주인이 세상을 떠난 뒤 하루도 빠짐없이 1년 넘게 주인이 묻힌 무덤으로 성묘를 갔다. 생전 그의 주인을 무척 따랐다고 하는데 더 놀라운 일은 무덤에 가서는 풀이나 종이컵 같은 것을 무덤 앞에 두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성묘에서 먹을 것을 가져가면 먹을 것을 물어서 무덤 앞에 두기도 한다고. 

경북 상주의 용흥사에서 지내던 ‘해탈보살’ 고양이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곳 주지스님인 우성스님은 2006년 법당 근처에서 상처를 입고 떨고 있던 새끼고양이를 발견하고 정성껏 치료해주었다. 당시 스님은 해탈이를 데려오며 절에서 함께 지내기위해서 지켜야 할 규칙을 얘기했는데, 그것은 (1) 생선과 고기를 먹지 않을 것, (2)야옹하고 시끄럽게 울지 않을 것. (3)살생하지 않을것이라는 3가지의 약속이었다. 

주지스님을 따라 법당에 들어온 고양이는 방석 위에서 스님들과 함께 합장을 하듯 울지도 않고 얌전히 앉아있기 시작했다. 승복을 입고 두 앞발을 모아 합장한 자세는 흐트러짐 없이 몇 시간이든 방석위에 앉아 있었고 법당에서는 소리없이 조용히 부처님을 쳐다보며 기도하듯 앉아있었다. 절밥을 먹어 익숙한 탓인지 외부에서 생선, 고기 등을 갖다줘도 먹지않았다. 산 속에 있는 작은 곤충들도 죽이지 않고 쫒으며 놀기만 해서 스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기특한 해탈보살 고양이는 2013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해탈보살 고양이 SBS 방송화면 캡처

이 외에도 고양이의 보은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고양이는 개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인간의 곁을 함께하는 반려동물이지만, 아직도 고양이의 행동과 습성 등에 대해서 밝혀지지 않은 많은 연구들이 진행중이다. 그들의 묘한 매력들은 집사들의 마음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의 호기심도 불태울 만큼 넘친다.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고양이들과 함께 잘 지내는 방법은 진심의 손길과 눈길,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말 잘 알아듣는 똑똑한 집사일거다.